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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이다.

가장 복지가 잘 되어 있고 항상 어떤 지표를 쓰던 행복순위에서 상위권을 랭크하는 북유럽 국가들.

'라곰'은 그 중에서 스웨덴의 말이다. 책에서 저자는 라곰이라는 게 명확히 정의 되기 힘들며 라곰을 이해해야 스웨덴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을 이해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덴마크에는 '휘게'라는 단어는 특정한 순간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정서적 상태를 말한다. 휘게를 처음 접한건 tvN의 행복난민 예능다큐?에서 처음 들어 본 거 같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난민 컨셉인데 이름을 참 잘 지은 거 같다. 이번에는 스웨덴 '라곰'의 차례다. 우리나라 눈치라는 단어 처럼 정확히 설명되기 힘들고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들이 각 나라마다 있다. 독일에 있을 때도 어떤 상황에서 친구가 어떤 말을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이건 번역을 할 수 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독일-한국 바로 통역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국공통어인 영어를 거쳐서 대화를 하게 되는데 독일-한국이 같은 종류의 단어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개념이 영어에 없는 단어이면 얘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영어로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할 수는 있겠으나 굉장히 광범위한 쓰임과 뜻이 있다면 설명하는게 불가능 할 것이다. 그저 그 문화권에 살며 부딛히며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때는 저렇게 쓴다를 익힐 수 밖에 없다.

라곰이 딱 그러한 단어이다.

책에서는 라곰의 정의와 라곰을 쓰는 스웨덴 사람의 정서를 살펴보고 밥먹을 때, 휴식할 때, 소유할 때, 생활할 때, 인간관계 속에 있을 때, 일 할 때, 자연에 있을 때, 세계 속에 있을 때 이렇게 나눠서 라곰을 상황별로 설명해준다. 사실 스웨덴사람들은 모든 곳에 라곰을 실천하고 있고 라곰 빼면 시체이다. 책에서는 라곰을 '과하지도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적당히" 이는 중간도 평균도 아니고 안주도 아니라고 한다.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것. ?? 책만 읽어서는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온다. 

라곰의 영어 유의어 사전을 열면, 여러가지 동의어가 있는데, 적당한, 적절한, 딱 알맞은, 제대로, 충분한, 꼭 맞는, 맞춤의, 평정, 균형, 중용, 중도, 안성맞춤, 타당함, 잘 갖춘, 시기적절한, 정확한, 합리적인, 조화... 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라곰은 여러 동의어로 배치 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단어를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 라곰의 개념을 쪼개고 쪼개 그 핵심을 보면 인간의 존재를 감싸고 있는 모든 면에서 삶의 궁극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부단한 노력이 라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라곰은 개인마다 다르다. 따라서 나의 라곰이 너의 라곰이 아닐 수 도 있다. 라곰이 부사로 쓰일 때는 '음식이 라곰으로 간이 되었네' , '파티가 라곰하게 컸어', '밖이 라곰하게 따뜻해' 로 쓸 수 있고 형용사로써는 '내 아파트는 라곰이야', '라곰 거리에서 봐', 로 쓸 수 있다. '적당하다' 의미로 쓸 수 있는 거 같다. 처음 드는 생각은 그러면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하는 것이라 오해도 생기고 정치적으로 쓸 때는 중도?의 입장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적당히 대충해' 적당함=나태와 같아보이기도 한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 개인의 라곰이 집단과 다수의 라곰과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될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개인의 라곰과 단체 라곰이 다를 경우엔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상태를 위해선 스트레스 받는 환경,빈곤,차별 문제는 무시할 것인가? 책을 읽고 나서도 대부분의 의문,비판은 해결 되지 않았다. 역시 가서 살면서 몸으로 부딛혀야 하나 싶다.

북유럽하면 실내 인테리어로 유명한대 스웨덴의 라곰은 인테리어를 할 때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보기에도 유용하고 이해가 된 부분인데 집에 들일 제품을 고를 때 딱 두가지 항목만 보면 된다고 한다. 바로 실용적이거나 추억이 담겨있거나 둘 중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물건이라고 본다고 한다. 살다보면 이것저것 사서 몇번 안쓰고 창고나 방 구석에 쳐박혀 놓기 마련이다. 이렇게 안 쓰고 안 버린 물건은 이사할 때나 가구를 바꾼다던지 할 때 나와서 결국 휴지통으로 간다. 물건을 사고 방을 꾸밀때 앞으로 유용한 기준이 될 거 같다. 소유의 기준도 비슷 한데 우리에게 기쁨을 주거나 실용적인 이유가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정서적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칭찬을 할 때, 기뻐 할 때도 이런 라곰을 실천하는데 가령 엄청 대접을 받고 고작 하는 칭찬이 딱히 나쁜건 없군. 이정도라니,,,, 말 다했다. 

어릴 때 부터 각기 다른 여러 상황에서 경쟁하지 말라고 배운다. 내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면 안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이다.

자기 자랑이나 허세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경쟁의식을 경계하는 삶의 방식이 곧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는 거 같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지만 공동체의식이 약한 '각자도생'의 사회임에 반해 개인주의로 자신의 최적의 상태 '라곰한 상태'를 추구하며 동시에 공동체를 생각하는 스웨덴의 모습은 정말 이상적인거 같다.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은 겸손과 비슷해보이기도 하는데 

겸손 (謙遜)은 다양한 행위 또는 다른 사람과 관련하여 자신을 낮추거나, 반대로 맥락에서 하나의 장소에 대한 명확한 관점과 존경을 갖는 자세로 볼 수 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행위임에 반해 라곰의 자랑하지 않는 것은 평등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누가 높고 낮은 의미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하기 때문에 라곰은 서로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그외에도 타인시간을 존중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지키는 것, 솔직한 거절이 약속을 어기는 것 보다 낫다, 살기위해 일한다. 일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스웨덴 사람들의 특징이다.

한국과 확연히 다른 특징 하나는

'누구든 자유롭게 숲을 누비고 즐길 수 있는 권리 - 알레멘스라텐'이다. 즉 '자연에 대한 공공이용권'인데 입장 금지표지가 붙은 곳이 아니라면 원하는 곳 어디서든 캠핑을 하고 식용 열매를 채집하고 드러누울 수 있다. 독일 가서도 느꼈지만 자연을 느끼는 데에 제약이 없고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굉장히 자연을 생각하며 즐긴다. 나 역시 잠깐 체험해본 결과 너무 좋고 사람은 역시 자연 속에 살아야 된다는 걸 엄청 느끼고 왔다. 반면에 한국은 산들은 국립공원과 특정 등산로로 묶여있고 바다 역시 여름에 수영을 하려고 해도 입수시간 제한, 저수지나 호수의 입수제한, 채집제한 등등 자연을 즐기기엔 제약이 너무 많다. 물론 안전을 위한 제약이고 한국인의 의식수준도 그리 높지 않으니 제약을 두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 뻔하다. 땅에 비해 인구도 많고 하니 필히 보전보호를 위한 제약은 찬성이다. 

그러나 자연보호가 아닌 사고예방 차원의 제약은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저렇게 자연을 마음껏 즐겨도 누구 하나 막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옆에서 오지랖 부린다고 해야되나? 사고나면 관할 소방서 책임이거나 그러니깐 표지판도 세우고 하는 거 같다. 독일에서는 넓은 수영장에 다이빙도 맘껏 할 수 있고 라이프가드는 몇명없고 그마저도 한명씩 교대로 근무하는 걸 봤는데 우리나라 워터파크, 수영장 가면 곳곳에 여러명의 라이프 가드와 구명조끼 의무착용, 다이빙 금지이다. 

내 추측으로는 어릴적 부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아는 것과 오랜만에 멋도 모르고 객기를 부려서 항상 사고가 나는 것 차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책임 전가'지 않을까 싶다. 사고 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그 책임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피하고 싶어 하니 이런 일이 발생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탈리아 갔을 때도 해변에서 부터 방파제에 이르기까지 태닝하고 수영하고 다이빙 하고 있어도 주위엔 안전요원 하나 없었다. 유명 관광지고 많은 인파가 몰림에도 불구하고 ... 그리고 사고 역시 없으니 여지껏 저런식으로 운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북유럽의 제도를 베껴와 적용한다고 해도 한국이 북유럽이 될 수는 없다.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라는 맥락이 있다. 제도에는 사회적 공감과 자발성 또한 개인의 가치관이 녹아들어야 한다.

대신 저자가 말하는 거 처럼 스웨덴의 삶의 지혜를 빌려와 내 삶의 지혜로 삼아볼 수 있지 않을까? 경쟁을 통한 성취만이 행복이 아니라 지금 적절한 나의 라곰한 상태를 찾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생태'를 모두 한번 경험하면 좋겠다. 날도 좋은데 피카를 즐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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