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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20년이 넘은 연립주택인데 지금은 거의 나이 드신분만 사는 곳이다. 통영 전체가 뭐 다 나이 드신분들이 많이 살지만 우리 동네는 특히 어린아이들과 젊은 가족을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 윗집이 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이다. 그 집을 잠깐 설명하면 내가 고3 때 수능 보기 전날에도 새벽 1시까지 애들이 울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안 그래도 긴장한 상태에서 잠도 5시간도 못자고 가서 시험을 쳤다. 언어는 그럭저럭 잘 쳤으나 문제는 점심을 먹고난 뒤 외국어 시간에 머리가 멍해져서 망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래서 결국 수시로 붙은 대학을 가긴 했다. 윗집과도 이렇게 한동안 안녕을 하고 1년에 두번 명절에만 집에 잠깐 오니 층간소음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집에와서 지내다 보니 너무 시끄럽다. 몇년 전에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라 이해 한다 쳐도 지금은 초등학생이라 충분히 교육하고 혼내면 말을 들을 나이인데도 미친듯이 뛰어다닌다. 게다가 개새끼도 한마리 키운다. 지금 벌써 윗집방문만 5번째 했다. 처음에는 참다가 참다 한번 올라가서 웃으며 좋게 이야기 했지만 소용없음. 두번째는 시끄러울때 바로 올라가면 너무 짜증난 상태에서 싸울거 같아 그 다음날 조용할 때 가서 부탁했더니 '지금 안 뛰는데요?' 저따구로 말하길래 기분을 잡쳤다. 세번째는 이제 뛰자마자 올라가서 문을 쾅쾅쾅 두드리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 소용없다. 네번째는 아저씨가 나와서 뭐 애들이 뛸 수도 있지 그 정도도 이해 못해주냐는 말투로 나왔다. 다섯번재는 뛸 때 올라가서 바로 문 두드리니 이제는 알아서 아랫집에서 올라왔구나 생각하고 아줌마 아저씨 둘다 서로 나가보라면서 하는게 다 들렸다. 초딩이 나와서 문열어줬는데 차마 애 상대로 화를 낼 수 가 없어서 잘 타이르고 좀 있다가 아줌마 나오길래 매트를 사시던가 애들 좀 못 뛰게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네도 스트레스라고 물론 둘 다 스트레스지만 이렇게 얘기하는데 할 말이 없다...그냥 좋게 웃고 넘어가는게 좋을 거 같아 조용히 생활하는 걸 부탁드리고 내려왔다.
이 모든게 10개월을 두고 발생했다. 낮에만 뛰는것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다. 뛴다고 해서 바로 올라간게 아니고 참다참다 올라간게 5번이니 실제로 시끄러운 거는 말도 못한다. 중간 중간에 빡쳐서 천정을 두드리기도 하고 벽을 쳐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고 사람 성격만 버리는거 같았다. 최근에는 기분 안 좋고 날도 후덥지근하여 짜증이 나있는 상태에서 쿵쿵쿵 거리길래 집안에서 소리를 아아! 질렀더니 조용해졌었다. 윗집은 정말 애들이 말을 안 듣는 거 같다. 더 이상 올라가기도 짜증난다. 이렇게 층간소음을 겪어보니 뉴스에 간간히 나오던 살인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진짜 아랫집 입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는 쿵쿵거림은 분노를 만들고 그 분노를 이성적으로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거 같다. 물론 살인은 잘못되었다. 폭력 역시 잘못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아랫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음에는 십분 공감이 간다.
대한민국 대다수가 공동주택의 형태로 사는 현실에서 층간소음은 큰 문제이다. 편안히 쉬어야 할 내집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방해 받으며 스트레스 받아야 한다면 그걸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집이 집 같으려면 상호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가 있는 집은 애들교육으로만 안된다면 매트나 실내화나 추가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소음을 줄일 생각을 해야지 우리 윗집처럼 자기가 맨날 타이르는데 애들이 말을 안듣는다는 식의 설명을 하면 아랫집에서는 오히려 속에 천불난다. 아랫집 역시 낮시간대와 잠깐 시끄러운거 정도는 이해해줘야 될 거 같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살면 탈이 없을 텐데 사람마다 그 인내의 정도와 기준이 다르니 참 어려운 문제인거 같다. 오래된 아파트야 그렇다 쳐도 건축기준법을 강화하여 애초에 층간소음이 안 들릴 정도로 시공을 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거 같다.
인터넷에 보면 해결방법으로 우퍼를 천장에 딱 붙여서 설치하고 노래를 틀어 소음에 소음으로 복수하는 방식, 윗집으로 이사를 가서 똑같이 층간소음 만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도 있던데 그렇게 하면 굉장히 수고스러운 복수인거 같다. 나도 같이 시끄러우니.. 정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단독주택으로 이사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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