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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까지는 여태 결혼식이라고 하면 친지들 결혼식이 전부였다. 내 친구들이 결혼하는 경우도 없고 나의 사회적 울타리 내에서도 결혼을 할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적령기가 30대 이후 인거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젊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가정을 꾸린다는 책임을 질 수 있으면 나이는 굳이 상관없지 않나 싶다. 한국사회는 30~30후반?을 결혼 적령기로 생각하고 그쯤에 있는 싱글 남녀들은 주위로 부터 불필요한 관심과 압박을 받는거 같다. 특히 곧 다가오는 명절날, 추석에 진짜 많은 분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라고 하니 오지랖이 얼마나 심한지 아직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그런 소리하면 정말 짜증날 거 같다. 그런 얘기 안하면 할 얘기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무례한 느낌이랄까..벌써 불쾌하다. 단지 나이가 나이라서 같이 미래를 보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이제는 사고 쳐서 결혼하는 친구들과 여자애들이 결혼을 슬슬 하기 시작하고 저번주에는 군대선임이었던 1살 많은 형이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한다길래 다녀왔다. 수원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차도 없고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역에 내려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주례나 주례사도 없는 추세이고 간단히 부부끼리 서약을 하고 축사와 축가를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도 간결하게 끝나는 한국식 결혼이지만 점점 더 짧아지고 식장에 안들어오고 그냥 돈내고 뷔페 먹으러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을거 같다.

아직 학생이라 축의금을 내기가 좀 그래서 형한테 말하고 그냥 식권을 받아서 갔지만 곧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동료, 상사의 자식들?, 각종 경조사에 축의금을 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그랬다. 이런 부조금 문화는 좋은 문화였다. 과거 이동도 많지 않고 서로서로 이웃들끼리 도우며 서로 힘들거나 기쁠때 부담을 덜 수 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동이 잦고 관계가 예전 만큼 깊지 않은데도 여전히 관습으로 남아있어서 사이가 별로 가깝지 않는 경조사에도 눈치가 보여서 가야되고 정 가기 싫으면 무슨 핑계라도 주말에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모바일로 돈만 송금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그저 부조금을 더 많이 걷으려고 청첩장도 마구잡이로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얘기하면 뭐 어차피 나중에 다 돌아올거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의 말이 생각나지만 내가 만약 결혼할 때가 되었는데 직장을 이직하거나 어떠한 이유로 연락이 뜸해진 사람들은 나중에 내가 청첩장 돌린다고 해서 과연 올까? 뭐 받은게 있으면 오는게 예의라고는 하나 예의일 뿐이니 연락이 뜸해졌는데 굳이 돈과 황금같은 주말을 쓰면서 몇년 간 연락 안 한 사람 결혼식은 안와도 그만 아닌가? 그저 주말에 시간 내주신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돈까지 의무적으로 내야하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애초에 차라리 가까운 사람들만 부르는 결혼식이면 해당하지 않지만 한국 결혼식은 손주 결혼하면 부모님들 친구, 직장동료, 조부모님 친구 등등 얼굴도 처음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결혼식은 정말 별로 인거같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진짜 축하해주고 싶어서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으니까 하고 계시는 거다. 정말 친한사람들만 부르고 돈 대신 차라리 선물을 준비해서 오는게 훨씬 의미있고 진정으로 축하받는 결혼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동안 뿌린 돈이 있으니 그거 회수하려면 어쩔수 없이 아무나 초대하겠지만 처음부터 진짜 친한 사람들 결혼식만 초대하고 참석하고 돈으로 안 주면 그걸 본전을 찾는다고 생각을 안 할 텐데 지금으로선 어떻게 바꿀 방법이 없어 보인다. 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적을 테고 "부모님 본전"생각하면 바꾸고 싶어도 돈이 아쉽지 않은 이상 바꿀 수 없는게 현실이다. 요즘은 기본 5만원 안 친하다 싶으면 3만원 하던거 같던데 그걸 20년 가까이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돈이 들어 갔을지 상상이 안간다. 최소 1000~2000만원은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요즘은 비혼도 많은데 그런 분들은 어떻게 본전을 회수 할 방법이 없다. 그냥 돈만 나가거나 아예 참석 자체를 안하면서 사회적으로는 약간 아웃사이더가 되는 수 밖에 없다. 그치만 내가 자발적인 비혼주의자가 아니라 여러 상황들로 인해 결혼을 안하고 있고 못한다면 이 또한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그냥 차라리 안받고 안주면 안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결혼 얘기가 나올때마다 외국인 친구들은 돈을 내고 이름을 적고 식권을 교환해가는 걸 이해하기 힘들어 했고 한국에 좀 살았던 친구들은 결혼식 갔다오더니 완전 별로라고 했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할 수가 없다. 결혼식 땡 시작하면 30분 이내에 끝나고 뷔페 밥만 먹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다음 커플들이 똑같은 식장에서 똑같이 반복하고 무슨 부부 찍어내는 공장도 아니고 다음! 다음! 삭막하다. 이런 결혼 문화가 정착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식장대여료가 어마어마하니 결혼식을 오래하고 싶어도 오래 할 수 없고 오래 머물며 같이 축복하고 결혼식을 즐길 사람들이 애초에 초대 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워낙 서울을 중심을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대도시 좁은 건물 안에서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인구상황도 한몫 했을 거 같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이야 호텔 빌려서 느긋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뭐 서민들이야 30분에서 1시간 대여하고 후다닥 마치고 떠나는게 결혼식이라 많은 아쉬움이 든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정말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만 모아 놓고 소규모로 결혼을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서로 사는 이야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맛있는거 먹고 즐기는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 일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인 결혼식을 한국 방식으로 보내기는 싫다.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던 결혼식은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인데 보면서 자동으로 미소를 얼굴에 띄고 보게 된다. 비가오는 안 좋은 날씨 임에도 같이 파티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하객들끼리도 그날 하루 종일 즐기는 그런 결혼식.

한국에선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뭐 결혼을 하려면 시간이 많으니 나중에 좋은 사람 만나 차차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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